요즘 국가학교폭력대응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과잉 대응’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보인다. 한편에서는 피해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다른 한편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건, 정책의 ‘과잉’과 ‘부족’ 사이에서 실제 현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지난주 친구가 자기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들려줬다. 급우 간 장난이 과해져서 학폭위로 넘어갔는데, 담당 교사가 지침대로만 처리하느라 아이들 관계 회복은 뒷전이 됐다고 한다. 결국 가해 학생은 전학을 갔고, 피해 학생도 왕따를 당해 전학을 갔다. 이게 과연 ‘대응’일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학폭 신고 건수는 급증했지만 정작 화해와 치유로 이어지는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숫자만 늘어난 느낌이랄까.
물론 학교폭력이 심각한 건 분명하다. 사이버 괴롭힘, 집단 따돌림, 심지어 교사에 의한 폭력까지 사례는 다양하다. 그런데 지금 시스템은 모든 사례를 같은 잣대로 재는 느낌이다. 작년 이맘때 직장 동기 아들이 친구와 다툰 일이 있었다. 아이들끼리 말다툼을 했는데, 상대 부모가 학폭 신고를 넣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두 아이는 같은 반에서 지내야 했고,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결국 조사에서 ‘폭력 아님’으로 결론났지만, 두 아이 모두 교실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정책의 의도와 현장의 실행 사이에 괴리가 있다. 지침은 엄격하고 표준화되어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은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으로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을 못 한다. 위키백과 ‘학교폭력’에서도 지적하듯, 예방과 사후 대응의 균형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예산은 조사와 처벌 쪽에 더 많이 할당되고, 상담이나 관계 회복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나도 학창 시절 친구와 오해로 다툰 적이 있는데, 그때 선생님이 중간에서 들어주고 화해시켜 준 기억이 난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보면,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과 피해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필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갈등을 조정하고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나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이나 핀란드의 ‘KiVa 프로그램’은 또래 중재와 교사 훈련을 통해 학교폭력을 크게 줄였다. 단순히 처벌만 늘리는 게 아니라, 예방과 회복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지자체가 시범적으로 ‘학교폭력 갈등 조정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 센터는 경찰이나 학교와 별개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 센터를 이용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후기를 남겼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정책이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내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여러 학부모와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처벌보다는 예방과 교육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도, 실제로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사나 상담사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앞으로 국가학교폭력대응 정책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예방-중재-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장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AI나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신뢰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